나는 한 때 온라인 미술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아마 대부분 이해 못할 행동이겠지.
쉽게 이야기하면, 축구를 온라인 수업으로 배웠다고 생각해봐라. 말이 되나.
결코 공감 못할 한마디를 더 해보자면, 사실 나는 그 수업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돈만 많고 시간만 많았다면 계속 듣지 않았을까?
그 미술 수업은 참신했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서 가져가면, 어울릴 법한 작가를 설명해주고, 그 작가의 생각을 같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림에서 어디를 더 신경쓰면 좋을지를 같이 이야기해보고.. 다시 그려가고.. 이런 시간이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이번에 그렸던 독수리에 큰 관련이 있지않을까?
이번주에도 미술학원을 가서, 약 5시간에 걸쳐 그림을 그렸다.
이제까지 그렸던 그림중에선 제일 어려워서, 선생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원래는 스스로 그리는 그림에는 결코 도움을 달라고하지 않지만,
이번엔 리드선을 몇개 그어주시며 선의 흐름도 보여주시고, 부족한 부분을 말씀해주시며 채워도 주셨다.
그렇게 그려진 독수리이다.
사실 그리면서도, 그리고 완료하면서도 다시 해본다면 더 잘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완성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리면서도 스스로에게 되내는 질문들이 있다.
내가 지금 예술을 하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창작도, 나만의 표현도 아닌 그저 그려진 무언가를 보고 똑같이 그리는 연습을 하고있으므로.
답은 아니오 였다.
물론 내 주관적 견해긴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이 독수리는 그렇게 누구보다 독수리처럼 그리려고 노력했지만,
결코 독수리가 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럼 지금 미술학원이 가치없는 시간인가? 남에게 보여주는 걸 위한 시간인가? 그건 또 아니다.
지금 이 학원에서는 언제든 예술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럼 여기서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온라인 미술 수업에선 뭘 그렸는데?
개인적으로 무섭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어쩌면 미적 기술은 정말 부족하지만, 나의 예술을 표현해본 작품 아닐까?
엄청 대단한 그림을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글의 본질에 대해서는 알것이라 생각한다. 미술과 예술의 그 애매한 경계를 말이다.
그래서 이런 제목과 표현을 사용하고 싶은 것이다.
독수리를 그리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지만, 결코 독수리가 될 수 없는 무언가라고.
마치 비관론자 같겠지만...
현실파악이라고 불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뭐, 쉽게 이야기한다면 내 수준에 해야할 일들은 따로 있다는 것이지.
물론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자신 만의 길을 독자적으로 만든 사람도 존재하지만,
나는 목숨이 1개일 때에는 그럴 깜냥이 나지 않는다. 겁쟁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나의 예술세계를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다.
관련된 글까지 정하고 적어두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도 저 독수리도 정말 엄청난 노력으로 탄생한 나의 작품중 하나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모조품이어도, 살아 숨쉬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언젠간 나만의 그림을 글과 함께 공개하고 싶은 그 날을 위해,
그때는 정말 내 속에 있는 독수리를 꺼내 줄것이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사람 사는 이야기 > 그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 잠시 쉬어가는 하루. (3) | 2024.01.22 |
---|---|
05. 만약 삶에 약간의 환기가 필요하다면, (3) | 2023.09.13 |
04. 몰입하는 것, 그 가운데 담겨있는 자연스러운 덜어짐 (0) | 2023.07.23 |
03. 첫 펜화, 그림으로 생각해보는 나의 모습. (0) | 2023.07.09 |
01. 미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부제 : 예술 세계에 대하여 ) (0) | 2023.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