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지 벌써 3달 가까이 흐르고 있다.
현재는 정말 만족하고, 그림들을 통해 하나씩 나를 알아가고 있는 기분도 든다.
무언가에 긴 시간을 열중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은 정말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나 또한 그러한 모습일까 상상하게 된다.
첫 펜화, 그 속에서 발견한 나의 모습.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재미있었다.
이전 독수리 그림에서는, 보이는 모습을 최대한 정밀하게 나타내보려고 노력했다면,
이번 그림은 날것 그 자체여서 재미있기도 했다.
자유로운 선들이 보이고, 실수가 실수 같지 않아서 재미있었다.
또 하나의 재미는, 그 생각이 단 1 시간만에 깨져버려서 더 재미있었다. 푸하하
욕심이 생기는 순간, 놀랍게도 모든 자유로움이 사라졌다.
오히려 한번 그으면 절대 되돌이킬 수 없는 악마의 그림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우고 덧칠하고 새로 긋는 소묘는 천사였다.
헛웃음이 나온다.
똑같은 그림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자유로웠던 선이,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를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아, 이 펜화라는 것은 멀리서 볼 때만 자유로워 보이고
그 속에서는 한치의 실수도 영원이 새겨지는 가시밭길이었구나.
나는 거기서 감당할 수 없는 무게와 함께, 재미를 느껴버렸다.
그리고 또 한번, 나의 모습도 생각해본다.
나는 이런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리는 것과 싸우고 싶구나..
미친 사람은 아니다.
바르르 손을 떨면서도, 그 긴장감이 좋았다.
물론 그림은 언제든지 다시 그릴 수 있으니깐 하는 마음도 크지 않았을까?
인생이 그런 살얼음판이길 바라진 않는다 .
조금은 예술에 다가가는 기분도 든다.
일련의 형태들이 모여, 하나의 행위를 만들어내고. 그 행위는 의미를 갖추기 시작한다.
엄청 오랜기간동안 그림을 그려온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나에 대하여 확실히 알아가는 시간이 되고 있다.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나는 훌륭한 모습을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어도.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는 것들, 느끼는 것들은 꾸며내기 힘들다.
오늘은 어쩌면, 그러한 나의 모습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 아주 재미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좋아하는 필립의 문장들을 보고, 글을 마치도록 하자.
필립에게는, 인생이란 그려야할 대상이 아니라 살아야 할 대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삶의 다양한 체험을 추구하고, 삶의 매 순간이 주는 모든 감동을 향유하고 싶었다.
- 인생의 굴레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 > 그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 잠시 쉬어가는 하루. (3) | 2024.01.22 |
---|---|
05. 만약 삶에 약간의 환기가 필요하다면, (3) | 2023.09.13 |
04. 몰입하는 것, 그 가운데 담겨있는 자연스러운 덜어짐 (0) | 2023.07.23 |
02. 독수리, 하지만 결코 독수리가 될 수 없는 무언가. (0) | 2023.06.19 |
01. 미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부제 : 예술 세계에 대하여 ) (0) | 2023.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