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책 이야기

흐르는 물결처럼

고요한 강 위에 유유히 떠있는 작은 배 하나. 작디작은 소년과 함께 조용히 떠내려 간다 바위를 피해 조용히 자신의 길을 찾아 흐르는 굽이굽이 나있는 강길 그를 고요히 이끄는 손길 때로는 지름길, 어떤 때는 원치 않는 길 스치는 많은 것들과 함께 자연스레 마주하는 것들 마치, 흐르는 물결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책 이야기

두 눈으로 바라본 풍경 속엔, 알 수 없는 것들만 가득할 뿐이었고 삐뚤빼뚤 어설프게 그려져 있는 작은 종이조각 한 장만이, 유일하게 내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줄 뿐이었다. 길가에 놓인 작은 바위, 영원히 이곳에서 쉬면 어떻게 되는 걸까. 가능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기에 달콤한 상상을 한다. 지나온 길도 보인다. 오로지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 순간만이, 내가 어떠한 길을 걷고 있었는지 보인다니. 밀려드는 이 감정을 무엇이라 표현할 길이 없음을 느낀다. 작은 종이를 꺼낸다. 해진 부분을 새로운 것으로 채우고, 그래도 이전보다 나아졌겠지 하는. 작은 소망도 함께 품는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생각을 갈무리 한다.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지나갈 것들에 대해서도.

사람 사는 이야기/책 이야기

작고 가벼운 우울

문득 드는 생각에 잠겨 고요히 밤을 걷는다. 지나치게 고도화된 사회, 모든 것을 단 몇 번의 검색으로 알게 되는 오늘날. 사실과 현상, 물질과 표면에 모든 신경을 쓰는 오늘날은 분명 내 안에 잠들어있는 마음 따위는 가벼워지는 시대였다. 풍요로움은 우리를 이전 동굴에서의 삶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게 해 주었지만, 정말 우리는 그곳에서 온전히 벗어났는가? 하는 의문이 머리를 맴돈다. 지금의 사회도 그저 겉 형태와 껍질을 몇 번 벗어버린 거대한 동굴이지 않을까. 몸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내 마음을 돌보는 것에는 일련의 시선이 따른다. 마치 쓸모없는 것을 위해 수고스러움을 겪고 있는 듯한 시선 말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은 때론 누군가에게, 눈을 깜박이는 정도의 수고스러움이기도 하다. 사회의 발전..

사람 사는 이야기/그림 이야기

06. 잠시 쉬어가는 하루.

요즘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 속에서 그림을 약 삼개월가량 못 그리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과 함께 몇가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꽤나 오래걸렸다. 무의식 중에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는지, 마지막 혼을 불사른 그림이 되었다. 최근 약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일들은 내 의식이 깨어있는 시점에선 꽤나 자주 하는 일이었지만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생각에는, 그것은 인식으로 부터 출발한다. 결국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식 범위 바깥의 일들에 대해서는 이해라는 단어조차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인식 여기서 또 안타까운 ..

사람 사는 이야기/그림 이야기

05. 만약 삶에 약간의 환기가 필요하다면,

매일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주 오래 산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삶을 돌이켜보게 될 때 많이 후회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기록하는 습관을 갖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어떠한 주제든지 하루에 짧은 글이라도 적어서 기록을 하자.. 라는 작은 다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몇가지의 장점과 함께, 불건강한 나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약간의 강박이 있는 것이었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매주 하루정도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어떠한 속박과 생각, 무언가로부터의 쫓김들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었다. 그림 그리는 것이 그런 좋은 효과를 불러온다면, 매일 하면 되지 않느냐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매일 하지 않음으로서 오히려 그 시간에 더 무거운 가치가 생기며, 또한..

압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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